인생지사 새옹지마

취직했다는 글 올린지 얼마나 지났다고 실직했다는 글 올리고 있다. 
7월 말에 연구소를 그만두었다...얼추 따지고 보니 상근으로 일한 기간은 13개월 남짓 되는 것 같다.
여러 좋은 분들도 만나뵐 수 있었고, 이래저래 많은 것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나 조직에 대해서나 아쉬운 게 많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좋은 일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거고....

그나저나 돌아가는 상황 보니 그만두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by 허난시 | 2011/08/28 23:37 | 불온한 상상 | 트랙백 | 덧글(2)

경제학의 배신 서평

지난 주에 프레시안에서 의뢰받고 쓴 서평.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10708124813)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손에 든 책인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책이었다. 서평에는 자세히 적지 않았지만, 사파티스타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주의 실험은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다. 요즘 공동육아 협동조합하면서 몸으로 대화로 배우는 것들이 아주 많은데...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될 듯 싶다. 그리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여러 좋은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이 쪽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덧붙여서 4월 말에 책 배달 사고로 인해 아주 급하게 썼던 <화폐전쟁: 진실과 미래> 서평도 링크해놓는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422165520&Section=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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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4000원? 진짜 가격은 '20만 원' 넘어!

[프레시안 books] 라즈 파텔의 <경제학의 배신>

기사입력 2011-07-08 오후 6:45:57


우리는 지금 배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적어도 2011년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그렇다.

이제는 '747(7퍼센트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위 경제)'의 약속을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고, 뉴타운의 황금빛 약속은 거의 물거품이 되었다.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이른바 '4대강 살리기'는 이제 슬슬 4대강뿐만 아니라 주변 생태계까지 초토화하고 있으며, 등록금이 반값이 되는 게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이 반 토막 나고 있는 중이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세계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자산의 증식과 높은 성장률을 약속했던 금융 자본주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진 이후 파산했다. 약속에 대한 배신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규제 완화와 금융화를 추진했던 기존 정치 세력에 대한 거부 혹은 교체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약속의 근저에 깔려있었던 시장 만능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듯하며, 그래서 세계 정치 경제는 대안 부재 속에서 갈팡질팡 표류하고 있는 중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신화

본래 시장은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상품을 거래하는 장소로서 모든 인류 문명에서 존재해온 개념이다. <거대한 전환>(홍기빈 옮김, 길 펴냄)의 저자 칼 폴라니의 역사적, 인류학적 연구에 따르면, 시장은 인간들이 물자를 생산하고 나눠 갖는 여러 경제 제도 중의 하나로 사회에 "묻어들어(embedded)"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시장은 욕구 충족을 위한 거래가 아니라 이윤 추구를 위한 거래로 특징지어진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며, 시장의 원리가 거의 모든 삶의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사회로부터 "뽑혀 나와(disembedded)"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하게 된 것은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는 새로운 인간관의 탄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태초부터 인간은 개인이었으며, 이기심을 최대한 만족시키고자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러한 인간관은 모든 인간 행위를 경제적 이익 추구로 단순화시켰다. 이러한 인간관에 입각한 현대 경제학은 경제적 삶의 공간을 그 외의 사회적 삶의 공간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는 사고를 확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문화적, 사회적 제도의 원리들을 시장의 원리로 치환시켜버렸다.

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는 최상의 방식은 시장이 이윤을 추구하도록 놓아두는 것이고, 개입을 최소화할 때 시장은 가장 잘 작동한다는 이러한 믿음은 사람들에게 내면화되었으며 일종의 종교적 원리로까지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우리가 보는 가격은 모든 것을 반영하는가?

▲ <경제학의 배신>(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북돋움 펴냄). ⓒ북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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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 파텔의 <경제학의 배신>(제현주 옮김, 북돋움 펴냄)은 이미 파산했음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시장주의 중독증에 대한 아주 효과적인 해독제이다. 파텔은 시장 메커니즘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모든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가장 효율적인 가치 평가 체계라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우선 파텔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시장이 작동하는 조건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 수업에서는 코카콜라나 월마트 같은 독점 기업이나 과점 기업이 예외적 형태라고 가르치지만, 이들 기업은 소비재 시장에서 예외가 아닌 원칙으로 군림한다. 독점 기업은 자신이 얼마만큼 팔 것인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얼마만큼 낼 의향이 있을지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우리가 믿고 있는 시장에서의 선택의 자유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자동차전자제품을 고를 때에도, 심지어는 밥이나 빵을 먹고자 할 때에도 몇몇 프랜차이즈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시장의 규칙을 쓰고, 이해하고, 고치는 자'는 몇몇 거대 기업이다.

우리가 지불하는 소비자 가격에는 중대한 숨겨진 비용이 존재한다. 파텔이 가격과 가치 사이에 존재하는 불일치를 증명하는 것으로 드는 구체적인 사례 중 하나가 '빅맥'의 판매 가격이다. 실제 우리는 '빅맥'을 사면서 4000원 가량을 지불하지만, 그 안에는 실제로 반영되어야 할 사회적 비용, 생태적 비용이 빠져있다.

빅맥에 들어있는 쇠고기를 사육하기 위한 옥수수 재배에 미국 정부의 엄청난 보조금(2006년 기준 46억 달러)이 들어가며, 거의 최저 임금 수준으로 일하는 맥도날드 매장의 노동자들에게도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의 많은 공공 서비스와 지원금이 지출되고 있고, 소 사육을 위한 환경 파괴 비용, 과도한 육류 소비로 인한 의료비의 증가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빅맥 한 개의 가격은 20만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은 이러한 사회적, 생태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값싼 햄버거에 들어간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무언가를 볼 때 화폐적 가치 측면에서만 사고하도록 사회화되어왔지만, 이런 식의 사고는 우리를 위축시킨다. 우리는 가격이 우리가 믿는 것을 올바른 신호로 전달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가격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꾸며대는 일을 멈춘 다음에야 비로소 회복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293쪽)

대안적인 가치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장에 의존한 가치 평가 체계의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파텔은 이를 위해서는 이기적인 충동을 제어해줄 사회적 관계망과 세계의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사회적 관계망은 '공유지'의 역사적 전통에 묻어들어 있다. 파텔이 얘기하는 '공유지'는 이기심과 욕망이 난무하여 결국 파괴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공유지는 모든 사람이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공동체의 협의와 원칙, 생태적 조건에 따라 구체적인 공유의 방식을 결정해 삶을 유지해오던 생존의 수단이었다. 물론 자본주의의 심화에 따라 공유지들은 계속해서 사유화, 상품화되어 왔지만, 이윤 지향적 시장을 넘어선 새로운 가치 평가 방식을 생각해낼 수 있게 도와줄 관행, 사상, 경험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그 사회의 여러 제도 속에 남아있다.

이 책에서 그 구체적인 평가 방식에 대한 논의는 전개되지 않지만, 파텔은 "진정한 가치는 열망, 욕망, 허영심을 충족시킬 능력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에서 온다(268쪽)"는 점을 명확히 한다. 이러한 파텔의 주장은 아마르티아 센의 "잠재 능력(capability)" 개념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센의 잠재 능력 개념은 사람들이 좋은 삶을 목표하면서 그를 추구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기능이나 역량을 의미한다. 센에 따르면, 화폐적 소득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으며 그것은 행복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람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잠재 능력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센의 이러한 개념은 이미 소득 수준뿐만 아니라 교육 수준과 보건 수준을 함께 고려하고 있는 '인간 개발 지수(HDI : Human Development Index)'라는 지표로 구현된 바 있다. 센은 최근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함께 국내총생산(GDP)의 한계를 지적하고, 생태 비용, 가사 노동 비용, 삶의 질 등을 고려한 새로운 대안적 지표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GDP는 틀렸다>(조지프 스티글리츠·아마르티아 센·장 폴 피투시 지음, 박형준 옮김, 동녘 펴냄)를 참고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적 사회 회계 방식 개발은 매우 중요한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충분한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새로운 대항 운동과 민주주의

이러한 시장 중심적 사고와 시장의 지배에 대해서 모든 사회 세력들이 그냥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에서 사회 전체를 시장의 자기 조정에 맞춰 재구성하려는 운동이 일어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흐름으로부터 사회를 자기 보호하려는 운동이 일어난다.

폴라니는 이를 시장 사회의 '이중 운동'이라고 불렀다. 이 이중 운동은 일보 전진, 일보 후퇴와 같은 줄다리기나 시계추 운동이 아니라 한 악장으로부터 다음의 악장으로 이어지는 교향곡에 가까우며, 이 운동의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 운동이 생겨나고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진다.

파텔이 주목하는 것도 이 대항 운동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정치의 형식과 민주주의다. 파텔은 공유지의 파괴에 저항하여 나타난 국제적인 농민 운동 조직인 '비아 캄페시나(La Via Campesina)', 멕시코의 사파티스타(Zapatista) 등 구체적인 사례들에서 시장으로부터 권력을 찾아오려는 구체적인 운동들을 발견한다.

이러한 운동에서 나타나는 공통점들은 생태적 가치에 대한 성찰, 공유지의 회복, 느리고 지루하지만 많은 사람의 숙의와 토론을 통한 결정 등이다. 하지만 파텔은 이를 성급히 완벽한 하나의 민주주의 모델정형화하려 하지 않는다. 보건이나 은행 시스템의 국유화를 건의하면서도 시장의 폐절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민주적인 통제를 통해 시장이 이윤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움직이도록 하여 사회 속으로 돌려놓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한다.

"번영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 우리가 그 사회적 맥락에 참여할 때, 금전적 가치의 지니를 램프 속으로 돌려보내고 인간 본성에 관한 특별한 관점에서 유래하는 가치의 정치학을 발전시키게 된다." (269쪽)

이러한 사회의 대항 운동과 새로운 정치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무상 급식으로 시작된 복지에 대한 요구, 반값 등록금 시위, 두리반에서의 투쟁,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의 '소금꽃나무'를 향한 희망 버스…. 한국에서도 이미 사회의 대항 운동은 시작되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시장 만능의 신화를 넘어서 배신의 시대를 이겨낼 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by 허난시 | 2011/07/08 22:36 | 읽고 보고 들은 것 | 트랙백 | 덧글(8)

뉴레프트리뷰 한국어판 3호 출간

작년에 번역했던 훙호펑의 [중국은 미국의 집사인가: 지구적 위기 속에서의 중국의 딜레마]가 실린 뉴레프트리뷰 한국어판 3호가 출간되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450302

원문은 http://newleftreview.org/?page=article&view=2809

지금 하고 있는 번역도 얼른 마무리져야 하고...논문도 준비해야 하고...갈길이 멀다.

by 허난시 | 2011/05/02 14:08 | 중국연구실 | 트랙백 | 덧글(5)

오랜만에 블로그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그 사이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일이 생겼다.
작년 여름에 취직을 했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겨울에는 난생 처음으로 이사까지 했다.
논문은 아직도 쓰지 못했고...
벌려놓은 번역은 거의 마무리 중이다.
아마 조만간 출간될 한국어판 뉴레프트리뷰 3호에도 짧은 번역논문 한편이 실릴 예정
일은 계속 쌓이고 있고 여러 가지로 좀 정신없이 살고 있지만 큰 공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음악 두 곡...(게리 무어 추모 공연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유튜브에서 두 곡 구했다. 김태원과 신대철....즐감!!)








by 허난시 | 2011/04/02 00:17 | 불온한 상상 | 트랙백 | 덧글(2)

위안화 평가절상의 안과 밖

위안(元)화 평가절상의 안과 밖

2000년대 이후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 문제, 즉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대폭 증가한 반면, 중국을 필두로 한 개발도상국들의 무역흑자가 유례없이 늘어난 현상이 세계 경제의 주요 문제로 지적되었다. 특히 미국의 많은 학자들과 정책관계자들이 2008년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였다. 이들의 논리는 중국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위안화를 경쟁력으로 국제수지에서 흑자를 내고 이러한 흑자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으며, 이는 다시 미국으로 환류되어 거대한 거품(과잉소비 및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터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물론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원인은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미국은 이 문제를 가지고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이전보다 강도높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의 요구는 지나친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면서 양국 간의 갈등이 깊어졌다.

90년대 이후 중국의 환율제도 변화

위안화 평가절상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최근에만 불거진 것은 아니다. 이는 중국의 환율제도의 변천을 놓고 보면 그 역사가 좀 더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1990년대 들어 개혁개방의 확대에 따라 1994년에 기존의 고정환율제에서 관리변동환율제, 즉 환율의 급등락을 막기 위해 상하 변동폭에 제한을 두고 정책 당국이 환율을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지자 중국의 정책 당국은 환율을 달러당 8.28위안으로 거의 고정시켜버려 실질적으로는 고정환율제로 돌아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미국의 고질적인 쌍둥이 적자(재정적자 및 경상수지적자) 문제가 심각해지고, 특히 대중국 무역적자 폭이 이례적으로 확대되자, 미국정부는 위안화가 절상되지 않으면 수입되는 중국제품에 27.5%의 부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05년 7월에 그간 미국 달러에 고정되어 있던 환율에 일정 정도 유연한 변동폭을 부여할 수 있는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3년 동안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21%까지 절상되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후에 그동안 중국 경제의 주된 성장동력이었던 수출부문이 급격하게 위축될 것을 우려한 중국 당국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83위안 수준에 고정하는 환율정책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림 출처 : 한겨레신문>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전쟁

많은 논평가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놓고 벌이는 미중 양국의 갈등을 ‘환율전쟁’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라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이를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크게 이상하지 않다. 올 초에 오바마 미 대통령과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이 중국의 시장 중심 환율정책 채택과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면서 포문을 열었고,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명시하고 수입품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이에 앞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중국 위안화가 25~40% 가량 평가절하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는 피터슨연구소의 환율평가모델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위안화 환율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 3월 전인대 폐막 공식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한 나라의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가 결정하는 것이다. 환율 변동은 그 나라의 종합적 경제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각국이 서로 비난하고 심지어 강제적인 방법으로 환율 인상 압력을 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중국의 많은 민간학자들은 중국이 만약 미국의 평가절상 압력을 받아들인다면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 평가절상을 했다가 불황으로 빠져버린 일본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민족주의적인 입장은 중국의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금융위기 이후 삶이 팍팍해진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반중감정이 커져가고 있으며,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 위안화 평가절상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평가절상 문제에서 양국의 딜레마

하지만 양국의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문제는 좀 더 복잡해진다. 미국은 위안화를 25% 이상 대폭 평가절상해야 경상수지 적자폭이 줄어들고 자국의 수출이 호조되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의 대폭 절상은 중국 수입품의 가격을 폭등시켜 값싼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 없이는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미국 일반 노동자들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 것이며, 그동안 저가의 중국산 생필품으로 인해 완화되어왔던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시켜 미국 경제의 안정적인 회복을 위협할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이미 생산기지를 다른 나라로 많이 이동시켰기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인해 미국의 고용효과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2005년 7월 이후 만 3년 동안 꾸준하게 진행된 위안화 절상이 대중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양국간 무역 불균형은 환율문제보다는 산업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꼬여있다. 중국은 금융위기에 직면하여 2008년 11월에 4조 위안(57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는데, 이러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은 물가 인상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중국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은 민생 불안과 이에 따른 정치위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난해부터 이미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비판여론이 확대되고 있고, 거품붕괴 우려가 증가해왔기 때문에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 평가절상은 영세한 수출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부문은 대부분 저비용의 농민공들을 고용해왔으므로 이들의 대량 실업이 발생하게 되면 이 역시 체제안정을 뒤흔드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현재 중국 농민공의 수입은 농민 1인당 평균수입의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만일 농민공의 대량 실업이 지속된다면 이는 농촌소비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현재 중장기적으로 수출 중심의 발전모델을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시키려는 중국의 전략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여기서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성급히 결정할 수 없는 중국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이렇듯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는 단순히 미국과 중국 간의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결하는 수단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양국 간의 경제상황과 사회적 모순들을 고려해봐야 하며, 현재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몇 가지 정책수단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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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포스팅이다. 그동안 이래저래 일도 많았고 정신도 없었고....
100%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거취에도 좀 변화가 있을 것 같고...

위 글은 며칠 전에 칼럼이나 리포트 형식으로 한번 짧게 써본 글이다.
사실 위안화 절상 문제는 좀 더 복잡한 측면들이 많지만 너무 전문적, 즉 너무 경제학적인 내용은 나도 잘 모르겠고, 그냥 내가 아는 선에서 정리해보았다.

여튼 바쁘더라도 조금씩 블로그를 다시 시작해볼 요량이다.

by 허난시 | 2010/05/25 00:14 | 중국연구실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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