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4월 19일
이한 선생님의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 서평
이렇게 꼼꼼하고 훌륭한 서평을 읽으니 정말 감사하고 힘도 나고 한다.
더불어 시민교육센터에는 정말 훌륭한 공부 자료들이 많다. 틈틈이 들어가서 훔쳐보곤 한다.
즐겨찾기 해놓으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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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iviledu.org/442
보통 나는 택시를 타고 가면서 입을 딱 닫고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가면서 전화로 일 전화를 받다보면 “어랏, 변호사세요?”라는 물음을 받음과 함께 뜻하지 않게 택시 기사의 법률상담을 해주는 상황으로 빠질 때가 있다. 어느 날 그렇게 법률상담을 하다가 택시 기사분이 말문이 열리는 바람에 “중국이 왜 잘 나가는가?”에 대한 견해까지 피력하는 것까지 듣게 되었다. 왜 잘 나가는가? 한 마디로 “중국은 독재로 노동자를 잘 규율하면서 동시에 부자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시장경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잘 뜬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독재를 하고 노동자를 착취하고 부자들이 활개칠 수 있게 하면 그 나라는 뜰까? 그리고 계속 잘 나가게 되는가?
중국이 누구의 예상도 뛰어넘을 정도로 잘 나가게 되었다는 사실은 의문이 없다. 그러나 그러한 강력한 인상에 비하면, 중국의 부상이 어떻게 왜 이루어졌는지, 계속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박약하기 그지 없다. 결국 그날 만난 택시 기사의 견해로 돌아갈 뿐이다. 이것은 세계의 경제 변화 현상을 이해하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하여 고민하는 데에도 잘못된 관념만을 안겨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노동자를 탄압하고 모든 규제를 풀고 외국 자본의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 나아갈 방향인가?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는 세계 체제론의 틀에서 중국이 이 세계를 어떻게 바꾸어 가고 있는지, 그리고 중국을 움직이게 한 동력과 중국이 가고 있는 미래는 무엇인지를 빠른 흐름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사실, 권위주의 정부로 노동자를 규율하고 외자에 문을 열면 다 잘된다는 말은 틀렸다. 사실이 아니다. “폴란드와 슬로베니아의 사례를 빼면, 동유럽과 북유라시아의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은 1989년 이후 자신들의 경제적 지위의 지정학이라는 면에서 붕괴를 경험했다. 이 포스트 국가 사회주의 국가들의 기록은 이라크-이시기 동안 몇 번의 국제전과 내전, 독재, 장기 경제 봉쇄의 참화를 겪은 나라-만큼이나 참담하다.” (153쪽) 한마디로 사유화하고, 권위주의 정부 유지하고, 시장 열어 제껴도 망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를 보라. 마피아들과 권위주의 정부 관료들의 천국이 된 채, 천연 자원 수출이나 하면서 가난하게 뒷걸음질치는 결과를 내지 않았는가. 세상 일이 그렇게 간단하면, 현재 군벌들이 독재를 하는 아프리카도 전쟁만 멈추고 곧바로 시장을 열어제끼면 다 성장 폭발할 것 아니겠나.
중국은 일단 여건이 되었다. 즉,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이 동아시지역에 미국 주도의 군사적 질서를 수립하면서 형성한 일본 중심의 경제 질서는 “일본이 주도하는 노동을 찾는 투자의 눈덩이 과정이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했다”. (78쪽) 그리고 중국이 통상 외교를 주위 동아시아 국가들과 정상적으로 맺기 시작한 이후부터, “중국은 노동을 찾아 나서는 눈덩이 과정의 가장 유력한 종착지가 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생산기지로 활용만 되고 아무런 발전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 과정을 “노동을 찾는 투자 쇄도의 주요 수혜자가 외국 투자자들보다는 중국”이 되도록 만든 중국 정부의 정책이 없었다면 말이다. (69쪽)
덩샤오핑 개혁은 두 가지 핵심 조치로 두드러진다.
① 홍콩과 마카오, 종국적으로 대만을 되찾는다는 목표를 추구하며 화교들과 동맹을 맺은 것. 사실 중국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서방 국가나 일본이 아니라 바로 이 화교들이었다. 애초 서구 국가와 일본이 필요최소한의 투자만 하려고 했다. 반면에 화교들은 친족 관계와 지역 공동체 유대를 잘 활용했기 때문에 규제를 회피하거나 자신의 이점을 만들 수 있었다. 외국 자본은 이로 인해 생긴 경제 팽창 과정에 편승해서 그 효과를 확대한 것이었다. (70쪽)
② 두번째 조치는 농촌에 기반을 둔 시장경제 전통을 부활시킨 것이었다. “1978~1983년에 농가 생산 책임제를 도입하여 잉여 농산물 처리에 대한 의사결정권과 통제권을 인민공사에서 일반 농가로 돌려주었다. 농민들은 인근 도시에서 새로 생겨난 집체 소유의 향진 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하였다.” (71-72쪽) 이 향진 기업이라는 놈이 개혁이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i) 자본 보다 노동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도시로 이사가지 않고서도 농촌의 잉여 노동을 흡수하고 소득을 증가시켰다.” ii) 향진 기업 때문에 다른 기업들도 생산성 압박을 받아 생산성을 높였다. iii) 이윤과 임대 수익을 지역에 재투자하여 국내 시장의 규모를 확대했다 등등. (73쪽) 향진 기업은 노동집약적 사업의 기술이 인적 자본으로 축적될 수 있게 해주었다. (77쪽)
중국은 “농민의 탈집단화와 프롤레타리아화, 시장의 복원/확대를 위한 시장화 정책, 재정 분권화와 중앙 정부의 약화, 개방화와 지역격차, 사유화와 법인화 정책, 사회서비스의 상품화, 시장 자유화의 심화”(84-88쪽)와 같은 신자유주의의 일반적이 경향도 보여주고 있지만, 신자유주의에서 이탈한 정책들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관리 능력과 재정 능력을 증강시키고, 초대형 프로젝트의 투자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거의 모든 대도시에 대형 신규 공항을 건설하고 고속도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경제에 더 깊숙이 개입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중국에서는 직접 투자가 아닌 간접 투자에 대한 장벽을 세워 놓았다는 것이다. “국유 은행 이외의 금융 중개 형태의 허용을 꺼림으로써 중국은 자본이 국가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핵심 무기 가운데 하나를 빼앗아 버렸다.” 신흥국이 국제 투기 펀드들의 도박장이 되는 과정을 아주 이례적인 형태의 금융 제도를 통해 차단한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성장은 “대형 하청 공장 공급업체”를 출현시킴으로써 지구적 제조업의 권력 동학을 바꾸어 놓는 것을 바라볼 정도까지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현재까지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생산 공장은 계속적인 자본 축적, 기계화, 생산의 증대를 작동시켜야 계속 돌아간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는 물론(199쪽) 에너지 자원의 부족은 중국 뿐만 아니라 이 거대 생산 엔진을 포함하는 지구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통상적으로 신중했던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다음 10년 안에 혹은 매우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의 원유 총 생산이 정체 상태를 유지하다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떨어질 것이라는 이성적인 에너지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200쪽) 이런 일반적이고 세계체제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중국 고유의 위험도 있다.
“외국인 투자 와라, 지방 정부별로 팍팍 밀어줄께”와, “성장하기 전에 노동자와 시민 너희 요구는 들어주지 않고 억압하겠다”는 두 가지는 이때까지의 중국 발전의 주요한 요소들이었다. (281쪽) 그러나 이게 문제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경제적 통치의 분권화는 투자 거품을 가속화하고, 사회 양극화는 국내 소비가 성장하지 못하게 만든다. (281쪽)
중국의 위험 중 하나는 자산 팽창이다. 2007년에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에서“감당할 수 없는 자산 거품의 팽창”이 벌어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15년 동안 기고 기었던 일본 꼴이 날 수 있게 만드는 거품 붕괴의 폭탄을 중국은 안고 있는 것이다. (280쪽) 중국 산업의 75% 이상이 현재 과잉 생산 능력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82쪽)
거기다가 중국은 아직도 불합리한 자본 운용의 방식을 많이 갖고 있다. 동류럽 경제학자 코르나이가 경고했던 “연성예산제약”-못나가는 놈 못잘라버리고 더 손실을 키우게 하는 자본배분-이 중국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만연해 있다. “많은 성 정부들과 시 정부들은 다른 성이나 도시가 투자하지 못하도록 보호주의 장벽을 세워두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85.8%의 국유 기업이 해당 도시에만 투자하여 91.9%의 국유기업이 해당 성에만 투자한다.”(282쪽) 설상가상으로 주요 국유 은행들은 대출을 느슨하게 해서 이런 방만한 투자를 장려했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6년에 이 기업들의 대략 40%가 손실을 입었다.” (283쪽) 이렇게 수익이 쥐약인 국유 기업들에도 계속 대출을 해주는 이유는 정치적이다. 이와 같은 잘못된 자본 배분은 일본 꼴로 가는 전형적인 경로다. (284쪽) 일본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지금은 멀쩡하거나 괜찮아 보이는 대출 채권들도 어떤 계기가 오면 즉각 악성 대출로 변질될 수 있다. (285쪽)
(연성예산제약을 사용하여 시장사회주의를 비판하는 것에 관하여는 야노스 코르나이의 다음 글을 볼 것-연성예산제약이라는 개념은 비단 시장사회주의 뿐만 아니라 시장기제대로 작동하지 아니하는 대마불사 등 다른 시스템 오류에도 활용될 수 있다: http://www.civiledu.org/39 ; http://www.civiledu.org/309)
투자 거품과 함께 골칫거리는 과소 소비다. “가장 폭발적인 도약 국면에 한국과 대만은 비교적 평등한 사회였다.” 이들의 니계수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0.3에서 0.4사이에 머물렀다.” 반면에 중국은? 최근 0.45이상으로 상승, 악화되었다.(지니계수는 높을수록 불평등함을 보여준다.) 중국 GDP에서 임금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53%에서 2005년 41.4%로 감소했으며, “경제에서 임금과 가계 소득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GDP에서 소비의 비중이 감소하는 핵심 배경 요인이다.”(287쪽)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면 대중 소비 시장이 빌빌거리게 된다.
이렇게 “과잉 투자”와 “과소 소비”가 결합되면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세계 시장에 물건 팔아먹는 것,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세계 경제에 따라 출렁출렁, 장기간의 경제불황에도 엄청 약해진다. (287쪽) 이런 구조적 모양새를 아는 사람이며, 함부로 중국 중심의 “탈동조화 현상”(서방 국가들은 빌빌거려도 중국 혼자 잘나갈 수 있다)을 말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강력한 수출 엔진이 무기한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호랑이들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30년 동안 잘 나갔기 때문에 수출 주도 발전 전략이 절대 불변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은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error of composition)이다. 한 놈만 하면 먹히지만, 여러 국가가 동시에 하면 결과를 누가 장담하리? 다들 수출에 목매니까 세계 시장은 훨씬 가혹하고 변덕스러워졌다. 더군다나 중국은 30%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 미국 소비시장의 확대는 지속 불가능한 부채 기반의 흥청망청 소비에 전적으로 의존해왔으며 무지막지한 경상 수지 적자를 창출해왔”기 때문에 지속할 수는 없다. (289-290쪽)
더군다나 환경오염이 이제 중국 경제에 가차 없이 사용료를 거두기 시작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물 공급량의 40%가 어떤 목적으로도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되어 있다. 당연히 산업생산성도 떨어지고 노동자들이 많이 아프니 노동생산성도 떨어진다. 중국의 국가환경보호총국은 2006. 6에 “환경오염이 중국 경제에 매년 GDP의 10%에 상당하는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런 중국 앞에 놓인 문제를 중국 중앙 당국도 인지하고 있으나 과연 그 노력이 립서비스에 그칠지, 실제로 효과를 낼지는 아직 모른다. 저자는 중국 정부에 여러가지 정책을 추진할 실탄(돈)이 많이 있다는 이유로 약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지만 그 실탄의 가치도 세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똥값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세계체제론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 국내의 국가 운영 방향과 관련해서 몇 가지 생각나는 교훈만 떠올렸다.
탈규제와 완전한 시장 개방이 성장을 가져온다는 공식은 틀렸다는 것이다. 그런 공식은 한국의 고도 성장 시기는 물론, 중국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중국은 독특한 발전의 요소들을 세워왔다. 이런 것은 우리가 실시했던 것들의 명암을 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아무리 생각해도 21세기 후에 한국이 간접투자의 천국이 된 것이 잘 된 일인 것 같지가 않다. 환경오염과 같은 비용을 회계상으로 숨길수는 있어도 그 비용이 어디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생산을 싸게 했다고 하지만 사실 싸게 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상기할 가치가 있다. 또한 자산거품에 대한 정교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생각할 수 있겠다. 중국과의 밀접한 연계 때문에 한국의 자산거품은 국내적 요인만으로도 터질 수 있지만, 중국의 경기 악화와 함께 터질 가능성도 높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통했다고 해서 계속해서 과도한 수출 주도의 전략에 매달리는 일의 한계를 깨닫고 새로운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경제의 안정성 측면에서, 그리고 경제 성장의 과실의 분배 측면에서 그렇다. 특히 한국에서 최근 노동소득분배율의 악화는 장기적인 경제 발전의 측면에서도 우려할 일이다.
자기 깜냥 식의 인상비평이 아니라, 학자들의 진지한 연구를 통해 중국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접한다는 것은 상당히 괜찮은 기회다. 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6장의 중국의 원자재 주변부 탈취 노력, 요즘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와 관련하여 8장과 9장의 세계화 시대의 노동 문제도 읽을 가치가 있다. <끝>
# by | 2012/04/19 00:58 | 중국연구실 | 트랙백 | 덧글(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