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중국 지도부 교체 어떻게 볼 것인가?

미지북스 블로그에 기고한 18차 당대회의 중국 공산당 지도부 교체에 관한 글이다.
기존 언론들의 분석이 너무 양대 계파의 권력투쟁에만 집중한다고 판단이 들어 좀 다른 시각에서 써봤다.  
특히 중국에 관심없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써달라고 부탁하셔서 그쪽으로 좀 맞춰봤다.  

http://mizibooks.tistory.com/30

by 허난시 | 2012/11/19 20:49 | 중국연구실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nanxi95.egloos.com/tb/290384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허난시 at 2015/04/02 19:03
2011년 여름에 일하던 곳에서 써놓았던 잡글인데 하드 정리하다 발견했다....갈무리해놓는다.
--------------------------------

90주년 맞은 중국공산당의 미래

2011년 7월 1일 중국공산당은 창당 90주년을 맞이하여 화려한 기념행사들을 진행했다. 1921년 7월 23일 상하이에서 전체 당원 53명으로 시작한 중국공산당은 현재 총 당원이 8000만 명이 넘는 거대한 정당이 되었다. 사실 20세기 중국의 역사는 중국공산당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90년의 역사 속에서 반식민지 상태의 나락에 빠져 갈기갈기 찢어져 있던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그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멀리는 1930년대에 국공합작이 결렬된 이후 소멸의 위기에 있던 중국공산당은 대장정으로 이를 돌파했고, 가깝게는 1980년대 말에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는 세계적 격변의 시기에도 살아남았으며,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중동 발 ‘재스민 혁명’의 바람도 중국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렇듯 중국 공산당은 역사적으로 항상 위기가 닥칠 때마다 유연한 적응능력을 보여주며 생존을 유지해왔고 권력기반을 넓혀왔다.

거대한 권력기계로서의 중국공산당

중국공산당의 권력은 중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베이징 지국장을 지낸 리처드 맥그레거(Richard Mcgregor)는 작년에 출판한 중국공산당을 분석한 저서 <The Party>에서 중국의 한 대학교수의 말을 빌려 “당은 신과 같다.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라고 책의 첫머리를 시작한다. 실제 중국공산당은 배후에서 모든 것을 조정한다. 헌법상으로는 우리로 치면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가 최고권력기구지만, 그렇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은 전인대 뿐만 아니라 국무원(정부), 인민해방군, 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 등 모든 정치기구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에는 “당이 결정하면, 전인대는 통과시켜주고, 국무원은 일을 하며, 정협은 옆에서 박수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당이 관리하는 것은 정치기구 뿐만이 아니다. 대학, 언론, 사회단체, 주요기업 등 사회의 모든 부분에 그 촉수가 뻗어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어떤 조직이든 당원이 3명 이상이면 당 지부(支部)를 조직하게 되어있으며, 이는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를 통해 치밀하게 관리된다. 이렇듯 강고한 중앙권력체계는 마치 고대부터 중국에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던 절대권력인 황제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관료체제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정융녠(鄭永年)은 중국공산당의 본질을 변형된 형태의 현대판 ‘황제’이며, 이 황제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화된 황제(Organized Emperor)’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한편, 중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인 왕후이(汪暉)는 중국공산당이 마오쩌둥이 그렇게 피하려고 했던 거대한 ‘관료기계(bureucratic machine)’가 되어버렸다고 평가한다.

하나의 당, 두 개의 파벌

물론 이 거대한 관료기계는 일사불란하게 조직되어 있지만, 내부적으로 항상 동일한 견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공산당의 역사는 한편으로 노선투쟁, 권력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은 창당 초기부터 혁명 주체를 놓고 노동자냐 농민이냐를 놓고 노선투쟁을 벌였으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에는 중국 사회주의의 당면과제를 생산관계-상부구조 개혁으로 삼는 ‘홍(紅: 마오쩌둥 노선)’과 생산력 발전으로 삼는 ‘전(專: 류샤오치-덩샤오핑 노선)’으로 나뉘어 권력투쟁이 벌어졌다. 개혁개방 이후에도 경제개혁의 속도를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으며, 이는 정치개혁의 문제로도 이어졌고, 민주파들은 1989년 천안문 사건을 계기로 숙청되기도 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4세대 지도부가 등장한 이후에는 두 개의 파벌이 경쟁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청(Cheng Li)에 따르면, 현재 중국공산당은 사회통합, 균형발전, 내수확대를 강조하는 인민주의(populist) 파벌과 성장 위주,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을 옹호하는 엘리트주의(elitist) 파벌로 나뉘어져 있다. 인민주의 파벌은 현재 당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인 후진타오를 필두로 한 ‘퇀파이(團派 :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으로 이루어진 공청단파를 지칭)’와 농촌지역의 당간부, 신좌파 지식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엘리트주의 파벌은 前 총서기였던 장쩌민을 필두로 한 ‘상하이방(上海幇)’, 차기 총서기로 예측되는 시진핑 등 혁명원로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太子黨)’, 기업가, 연해 도시지역 간부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단일정당체제인 중국에서는 정당 간 경쟁이 존재하지 않지만 이러한 노선투쟁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노선투쟁이 외부로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노선투쟁은 대부분 지식인들 간의 논쟁을 통해 드러난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터진 이후에는 인민주의 파벌의 정책적 방향이 중국의 국정운영에 좀 더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에서 두 파벌의 적대나 경쟁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 문화대혁명을 겪은 중국공산당으로서는 심각한 노선투쟁이나 파벌투쟁으로 당이 분열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논쟁은 치열하게 벌이되 일단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것은 다시 일사불란하게 관철된다고 알려져있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같은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없는 현재에는 각 파벌들이 권력을 분점하는 일종의 과두적인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1세기 중국공산당이 직면한 도전

개혁개방 이후 이룩한 화려한 경제적 성과들과 현재 누리고 있는 막강한 권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중국에서 중국공산당의 지배적 위치는 확고해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중국은 빈부격차, 지역격차, 환경위기, 실업, 부정부패, 소수민족의 독립요구 등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수출과 고정자본 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로 인하여 끊임없이 경제 경착륙과 붕괴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위기는 바로 중국공산당의 위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잔 셔크(Susan L. Shirk)는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외부에서 보면 강력하지만 내부를 보면 취약한 ‘깨지기 쉬운 막강한 권력(Fragile Superpower)’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의 90년 역사를 보면 당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경직되게 반응한 것이 아니라 변화한 상황에 적응하며 유연하게 대처해온 것도 사실이다. 중국 비관론자들은 현재 중국이 처한 문제들이 당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하지만, 낙관론자들은 당이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들이라고 본다. 낙관론자들은 위의 사회적 문제들이 2000년이 넘는 중국의 역사에서 변수가 아니라 상수였음을 강조하며, 최근 점점 더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민주화라는 쟁점에서도 경제의 점진적 개혁의 성공이 현재의 중국공산당을 있게 한 것이므로 민주화의 요구에도 점진적으로 잘 대처할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 낙관론과 비관론은 아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 중국 총리인 원자바오는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13억을 곱하면 곧바로 커지지만, 아무리 큰 문제라도 13억으로 나누면 작아진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중국공산당이 계속해서 안정적인 지배체제를 유지할 것이냐 붕괴할 것이냐의 문제는 중국 문제에 있어 항상 가장 논란이 되는 주제였으며, 확실히 단칼에 ‘Yes or No’로 답하기 힘든 문제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판단해볼 때, 중국공산당의 갑작스런 붕괴나 몰락은 대안적인 정치세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현재로서는 한반도나 세계에 큰 재앙이 될 것은 분명하다. 현재 중국 지도부가 내건 ‘포용적 성장’이나 ‘조화사회’가 수사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인민의 삶을 훨씬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