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꿈 실현될까? (미래에서 온 편지 2015년 1월호 기고글)

노동당 기관지인 [미래에서 온 편지] 2015년 신년호에 2014년 중국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기고한 글을 블로그에 업데이트 해놓는다. (어쩌다보니 페북에 여기저기 메모해놓은 글들 모음이 되어버려 살짝 민망하기는 하다. ^^;;;;)

------------------------------


중국의 꿈 실현될까?

 

중국만큼 극단적인 평가와 전망들이 교차하는 나라도 없다. 세계적 차원에서는 미국의 헤게모니(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제 3세계의 대안 헤게모니의 모델(베이징 컨센서스)로 중국이 언급되다가도 곧 몰락을 앞두고서 마지막으로 발악하고 있는 일당 독재의 전제 국가로 묘사되기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침체된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이자 무궁한 시장으로 평가되던 중국이 최근에는 경제의 경착륙으로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를 야기할 주범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곧 붕괴할 것처럼 예측되기도 한다.


중국을 통치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도 상반된 전망이 교차한다. 2014, 홍콩의 우산시위와 봄부터 내내 이어진 노동자들의 파업물결, 그리고 (비록 시진핑 체제 등장 이후 부정부패에 대한 강력한 사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드러나는 중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권력과 자본의 부정부패를 바라보고 있으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당이 바로 중국 공산당이다. 한때 한국의 적지 않은 이들이 대장정연안 사회주의에서 중국 공산당의 인민에 대한 헌신과 대중노선을 보며 사회의 변혁을 꿈꾸던 적도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지지도는 여전히 높고 확고하다.


이런 모순적인 전망 속에서 한국 사람들은 한편으로 중국의 계속되는 경제발전을 부러워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을 두려워하면서도, 우리가 IMF 위기를 겪었던 것처럼 중국도 일정 발전단계에서 경제위기가 터질 것이라는 중국붕괴론을 선호한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까? 막상 중국에 경제적/정치적 위기가 닥치면 가장 힘들어지고 큰 피해를 입을 곳은 바로 한국이 아닐까? 이 글에서는 중국의 2014년을 회고하며 위와 같은 쟁점들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시도해보려 한다.


- 호랑이와 파리를 때려잡아라

 

2014년 일명 호랑이와 파리 때려잡기(打虎拍蝇)”로 불리는 중국식 부패와의 전쟁이 강도가 더 높아졌다. 호랑이는 권력의 상층부인 고위직을 의미하고 파리는 하위직 부패사범을 비유한 표현이다. 중국 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 시장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특권을 가진 간부들의 만연한 부패로 통치정당성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실제로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에 대중들은 민주만큼이나 부정부패 척결을 가장 큰 요구사항으로 내걸었었다. 그간 몇몇 고위직들의 부정부패 사건들이 터져 나오기는 했지만 보통 각 파벌들이나 권력엘리트들 간의 권력투쟁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2년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이후로 부패운동의 강도와 범위는 유례없이 강력했다. 그 절정은 지난 후진타오 체제에서 권력의 심장부였던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자 공안 및 사법을 총괄했던 정법위원회 서기를 맡았던 저우용캉(周永康)에 대한 처리였다.


이미 작년부터 캉스푸(康師傅: 중화권의 대표적인 라면 및 스낵업체로 중국 네티즌들이 검열을 피해 온라인에서 저우용캉을 일러 부르는 별명)가 내사를 받고 있다는 것은 루머를 넘어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전직 상무위원이 부정부패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기존의 관례를 깨뜨리는 초유의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 사법처리가 공식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4729일 인민일보 등을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에 그의 부정부패에 대한 내용이 전면공개되기 시작했고 부정부패 척결과 당기율 위반에 대한 엄중한 처리가 예고되었다. 대대적인 캠페인에 이어 126일 자정을 기해 저우용캉에 대한 당적박탈 및 출당조치가 이루어졌으며, 검찰로 사건이 이첩되었고, 뇌물수수와 간통, 성상납, 국가기밀 유출 등의 죄목도 모두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저우용캉 뿐만 아니라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군의 실세 쉬차이허우도 자택 지하실에 현금을 무려 1톤이나 가지고 있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함께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되었다. 권력 최상층부였던 이들을 비롯해 수많은 호랑이와 파리들이 잡혀들어갔다. 이러한 강력한 반부패운동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각종 산업부문에 자리잡은 기득권들을 타파하기위한 개혁을 시도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대중들에게 큰 환심을 사게 되었다. 시진핑과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인 왕치산(王岐山)이 이끌고 있는 반부패운동이 여기서 멈출지 아니면 저우용캉보다 더 큰 호랑이(중국 내외에서 장쩌민이 다음 타겟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를 노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너는 내가 주는 것만 가질 수 있다

 

현재 중국 인민들이 위와 같은 반부패운동을 바라보는 태도는 한 마디로 "只反貪官, 不反皇帝" (부패한 지방관료들에 반대하지 당 중앙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다. 즉 강력한 당 중앙이 아니고서야 누가 전횡을 부리는 지방과 관료들을 견제하겠는가라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반부패운동의 흐름과 더불어 시진핑이 보여주고 있는 친근한 대중노선은 더욱더 많은 인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경제발전에 따라 중산층이 생겨나고 이 중산층이 체제의 민주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보편적인 예측과는 달리 오히려 중국에서는 중산층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중국 공산당의 능력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몇몇 서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중국 공산당의 업적 정당성(performance legitimacy)’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중국 공산당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성장이었으며, 이는 사회주의, 자본주의도 아닌 ‘GDP주의라고 표현될 정도였다.


하지만 권력도 부도 가난도 세습된다(官二代, 富二代, 窮二代)”는 말이 인민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개혁개방이 가져다줬던 기회의 문이 슬슬 닫혀가는 중이고 아직은 당의 통치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은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고착화되었을 때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는 약한 고리는 노동자와 농민으로 보인다. 그들은 지방 관료나 해당 기업에는 격렬하게 심지어 폭력적으로 저항하지만 중앙 정부에 대해서는 항의보다는 청원(petition)을 한다. 물론 중국에 다당제를 비롯한 서구식 민주주의를 도입하려는 운동이나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와 보편적 인권의 확립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현재 옥중에 있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류샤오보(劉曉波)를 비롯해 공직자 재산공개 운동과 1989 천안문 재평가 등을 요구했던 변호사이자 인권활동가인 쉬즈융(許志永)과 푸즈창(浦志强) 등이 있었다. 쉬즈융과 푸즈창은 2014년 둘 다 공공질서 교란죄로 체포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공산당은 한편에서 대중노선과 일부 친민정책을 실시하여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한편에서 자유주의적 활동가들에게는 여지를 두지 않고 바로 탄압하고 있다. 이런 당의 모습은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황후화]에서 황제로 분했던 주윤발이 반란을 일으켰던 둘째 아들인 주걸륜을 진압하고 건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너는 내가 주는 것만 가질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안정적인 통치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대중노선과 강압적 통치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소설가 위화(余華)의 표현에 따르면, "마오쩌둥 시기 중국엔 계급이 없었지만 지도자들은 '계급투쟁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었고 심지어 베개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이 구호를 써놓아 꿈에서도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개혁개방 이후 계급과 빈부격차가 다시 생겨나고 모순이 심화되자 이 구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조화사회''안정우선'으로 대체되었다"

   

- 닭 방귀 뀌시네

 

그렇다면 중국 정치와 경제는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개혁개방 이후 서구의 소비수요에 대한 과잉의존과 수출주도형, 민간소비 억제형의 불균형적인 중국의 발전모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및 유럽의 소비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국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200811월에 중국정부가 실시한 4조 위안(570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이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기부양책의 내용은 대부분 고정자산투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중국 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심화시켰다. 특히 이러한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주요 도시지역의 부동산 거품이 심각해졌으며, 생산영역에서의 과잉투자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여 생산기업의 부채는 증가했고 수익성은 하락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진핑과 리커창은 집권 이후 꾸준히 중국 경제의 구조개혁 등을 강조해왔으며, 수출주도에서 내수확대로의 정책전환을 시도해왔다. 나름대로 최저임금을 꾸준히 올렸고 2010년 폭스콘에서의 노동자 연쇄자살, 2010년 혼다 파업 등을 겪으며 사회안정을 위해 당-국가 주도 하에 단체교섭들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즉 한편으로는 일정 정도의 당근을 통해 파업 등의 사회 불안정을 없애고 내수 확대를 통해 경제 위기를 벗어나보려는 정책적 시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책 전환이 부드럽게 잘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2014년 들어서자마자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단일 사업장의 파업으로는 최다인원(48천명)이 참여했다고 알려진 광둥성 위위안(裕元 : 나이키, 아디다스, 컨버스 등의 하청업체) 파업이 벌어졌고, 뒤이어 광동지역의 여러 생산업체에서 연쇄 파업이 이어졌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월마트 노동자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교사들이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의 물결이 일어났다. 현재 중국에서는 신세대 농민공을 중심으로 계급의식이 새로이 형성되고 있으며, 권리의식 또한 성장하는 중이다.


한 예로 중국의 노동계급은 당-국가의 발전주의적인 GDP 담론을 자신의 언어로 풍자한다. 민간에서 GDP雞的屁’(중국어 발음으로 GDP와 동일한데, 닭 방귀라는 뜻이 된다. 중국어에서 放屁’(방귀 뀌시네)는 헛소리한다는 뜻이다)로 표기한다던가 官員熱衷GDP, 百姓討厭雞的屁” (관료들은 GDP에 열중하지만, 인민들은 닭 방귀를 혐오한다네) 같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중국의 GDP주의로 집약되는 신자유주의적 발전주의 담론이 일정하게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자 중국 당국 역시 여기에 맞춰 일정한 변형을 추구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 GDP주의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되 계속해서 '포용적 성장', '내수중심의 발전으로의 전환', '민생개선', '구조개혁' 등의 담론을 꺼내놓고 있다. 이런 것들이 수사적 차원의 담론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어떤 실질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면서 연착륙할 것인지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실질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더 격렬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동상이몽이 아닌 같이 꾸는 중국몽은 가능한가?

 

시진핑은 2013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중국 인민의 꿈이라고 하는 중국몽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중국몽은 아직은 세부적인 내용이 비어있는 구호이자 목표지만 그것이 점차 비어가고 있는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민족주의적인 슬로건으로 메우려고 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만들어진 [Chinese Dreamers]라는 짧은 다큐멘터리에서 중국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을 나직하지만 단호하게 고백한다. 농촌에서 올라온 젊은 농민공들은 "적응하지 못하면 배척당한다. 도시의 삶은 전쟁과도 같다", “나는 이 도시에 와서 타락했다. 처음에 이 도시에 왔을 때 난 거지들을 만나면 돈을 주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 콘크리트 정글은 내 심장을 강철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난 계속해서 타락하고 있다. 이 중압감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 때때로 난 정말 울고 싶다."고 도시에서의 소외된 삶들을 증언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노동에 대하여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농민공이 없었으면 중국이 이렇게 빨리 발전할 수 없었다. 힘들고 더러운 일을 하는 것은 농민공들인데 대중들은 그것을 보지 않는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도, 먹는 음식도, 입고 있는 옷도 다 농민공들이 만들어낸 것인데도 말이다." 그들은 세계 최대의 빈부격차라는 문제를 지닌 사회주의국가 중국이 더 평등하고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중국 젊은이들의 삶과 꿈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중국몽은 각자도생의 '동상이몽'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 그리고 우리가 같이 꾸는 꿈이어야 한다.

by 허난시 | 2015/01/22 00:15 | 중국연구실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nanxi95.egloos.com/tb/301975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